(1) 프레임 분석 결과:
외부 칼럼에 기댄 인권 담론, 현장은 ‘갈등 중계’에 치중
보도 프레임 분석에서, 지역신문은 수치상으로는 인권 가치와 정책·법제정 프레임을 비교적 고르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신문은 ‘인권 가치’와 ‘정치 전략·절차’ 프레임이 각각 8건으로 동일했고, 부산일보 역시 ‘정책·법 제정’ 8건, ‘인권 가치’ 7건 순이었다. 그러나 인권 가치를 강조한 보도의 상당수는 자체 취재가 아닌 외부 기고·칼럼에 편중돼 있었다. 일부 기획 보도에서는 차별의 현실을 비교적 깊이 있게 다뤘지만, 일반 기사에서는 차별금지법을 정치적 이해관계나 입법 절차 중심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반면 오마이뉴스(부산)는 전체 14건 중 13건(92.8%)에서 ‘인권 가치’ 프레임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을 단순 사건 전달에 그치지 않고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과 연결했으며, 현장 취재에서도 대립 구도보다는 소수자 인권 보호와 차별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 지역방송의 경우, 기자회견이나 퀴어문화축제 등 이슈 발생 시 찬반 양측의 충돌과 긴장 상황을 중심으로 한 갈등 프레임이 두드러졌다. KNN은 퀴어문화축제 보도에서 행사의 취지보다 집회 긴장감과 경찰 배치 등 치안 상황을 부각했고, KBS부산은 법안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으나, 법 제정 이후 사회적 변화나 법적 쟁점을 심층적으로 짚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2) 정보의 정확성 및 사실 설명:
60%가 단순 중계, 팩트체크는 단 3건에 불과
정확성 및 사실 설명 항목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 보도는 법안의 본질적 내용을 설명하기보다 사건 발생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쳤고, 능동적인 검증 보도는 극히 드물었다. 전체 75건 중 60%(45건)가 법안의 배경이나 맥락에 대한 설명 없이 ‘단순 현상 전달’에 머물렀다. 이는 시민들이 차별금지법 관련 기사를 접하더라도 법안의 구체적 내용이나 제정 필요성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보도 환경이 형성돼 있었음을 보여준다.
‘반대 주장 무비판 인용’ 사례는 1건으로 확인됐다. 국제신문 <“교회도 사회적 가치 실현에 힘 보태야 할 때”(19/01/28)>는 “(동성애 차별 금지 내용이 담긴) 차별금지법”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차별금지법이 포괄하는 장애, 나이, 인종 등 다양한 차별 사유를 삭제하고 특정 쟁점만 부각함으로써 법안의 본질을 축소·왜곡한 사례다. 다만 반대 무비판 인용이 적게 나타난 것은 언론의 검증 역량이 높았기 때문이 아니라, 찬반 입장을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소극적 보도 태도 때문으로 분석된다.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사회적 오해와 가짜 정보를 바로잡는 ‘팩트체크 보도’ 역시 매우 부족했다. 언론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검증한 보도는 전체의 4.0%(3건)에 불과했다. 법조계·학계 등 전문가 해설을 통해 법안을 분석한 보도도 13건(17.3%) 수준으로, 주로 외부 칼럼이나 KBS부산의 특정 코너에 한정됐다.
(3) 취재원:
‘당사자’ 없는 차별금지법 보도, 정치적 수사(修辭)로만 소비된 인권
취재원 구성 분석 결과, 정치인 및 정당 관계자가 전체의 48.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차별금지법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당사자 목소리는 오마이뉴스를 제외하면 지역신문과 방송을 통틀어 단 4건에 불과했다. 이는 차별금지법 보도가 정치권 중심으로 구성되며, 차별의 현실을 살아가는 당사자가 공론장에서 주변화돼 있음을 보여준다.
오마이뉴스(부산)는 시민사회단체·인권활동가(85.7%)와 당사자(64.3%) 발언을 적극 인용하며, 차별금지법을 정치 쟁점이 아닌 권리와 삶의 문제로 다루는 보도 경향을 보였다. 당사자의 인터뷰와 기고를 통해 공론장의 중심을 정치권에서 현장과 시민사회로 옮긴 점에서 대안적 사례로 평가된다.
반면 지역방송은 당사자의 경험보다는 현장 스케치 과정에서 인용된 일반 시민 발언(약 25%)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는 갈등 현장의 찬반 의견을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데 그친 결과로, 당사자를 권리의 주체가 아닌 집단 대립의 일부로 소비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4) 정책 효과 및 사회적 영향:
차별금지법을 ‘정책’ 아닌 ‘정쟁’으로 소비한 지역언론
정책 효과 및 사회적 영향 항목 분석 결과, 일부 기획 보도와 외부 기고를 제외하면 차별금지법의 제정 필요성이나 정책적 대안을 심층적으로 다룬 보도는 부족했다. 부산일보의 <혐오를 끊자>, 국제신문의 <혐오를 넘어 공존으로> 기획은 전문가 진단을 통해 법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 사례였으나, 특정 시기에만 집중됐을 뿐 지속적인 의제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평시 보도에서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단순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다.
또한 시민들이 법의 실효성을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 차별 사례는 8년간 15건, 해외 선진 법제 소개는 6건에 불과했다. 이는 법안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생산적인 정책 논의를 이끌기에는 현저히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단신 위주로 보도한 부산MBC와 KNN 등 지역방송에서는 법 부재로 인한 현실적 문제를 짚은 보도를 찾기 어려웠으며, ‘왜 이 법이 필요한가’에 대한 설명 대신 찬반 대립과 충돌 장면이 보도의 중심을 차지했다.
4. 중계된 갈등 속 소외된 인권: 지역 언론, '당사자의 삶'으로 응답하라
이번 모니터링은 부산차제연과 부산민언련이 공동으로 부산 지역언론의 차별금지법 보도 실태를 진단하고, 인권 의제를 대하는 지역언론의 보도경향과 역할을 점검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혐오와 차별의 발언이 일상에 난무하는 세태 속에서 평등권 의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지역 공동체의 인권 보호를 위해 지역언론이 가장 먼저 나서서 관심을 가져야 할 핵심 의제이다. 그러나 분석 결과, 지역언론은 여전히 관심 부재와 공론장 형성의 소극적이라는 한계에 머물러 있었다.
1) 요약 및 시사점
8년간 부산지역 6개 언론의 차별금지법 보도는 총 75건(연평균 10건 미만)에 그쳤다. 이는 해당 의제가 지역언론의 주요 취재 과제에서 지속적으로 배제돼 왔음을 보여준다. 보도 역시 국민동의청원이나 선거 등 특정 정치 국면에 64.0%가 집중되며, 인권 의제를 상시적 과제로 다루기보다 외부 사건에 반응하는 수동적 행태가 반복됐다. 내용 면에서도 보도의 60.0%가 배경 설명 없는 단순 전달에 머물렀고, 팩트체크 보도는 4.0%에 불과했다. 찬반 입장을 기계적으로 병렬하는 방식은 시민의 이해를 돕기보다 갈등의 표면만 전달하는 데 그쳤다. 또한 취재원의 절반(48.0%)이 정치권에 편중된 반면, 법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당사자의 목소리는 현저히 부족해 인권 의제가 삶의 문제로 다뤄지지 못했다.
2) 지역언론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제언
(1) 의제 설정의 지속성 확보와 보도량의 점진적 확대
차별금지법을 일시적인 정쟁의 소재가 아닌, 지역사회의 평등권을 실현할 상시적 인권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정치적 이벤트와 무관하게 지역 내 차별 실태와 인권 현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기록하는 보도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 밀착형 인권 의제를 발굴하고 지속적인 보도가 필요하다. 차별금지법을 중앙 정치의 정쟁 소재로만 다루지 말고, 부산 지역 내 고용·교육·행정 서비스 등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차별 사례를 발굴해야 한다. 법 제정이 '내 이웃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체감할 수 있는 기획 보도가 필요하다.
(2) 단순 전달을 넘어선 맥락 중심 보도로의 전환
사건 위주의 보도에서 탈피하여 법안의 조문이 시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 해외 법제 사례 등을 심층적으로 짚어주는 보도가 늘어나야 한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차별금지법의 실질적 가치와 정책적 효과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정보 제공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3) 능동적 팩트체크를 통한 혐오 표현 확산 방지
왜곡된 정보나 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기계적 중립을 유지하기보다, 사실관계에 기반한 명확한 검증 정보를 병기해야 한다. 이는 언론이 사회적 갈등을 중계하는 역할을 넘어, 건강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신뢰받는 공론장 형성자로 거듭나는 길이다.
(4)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다원적 공론장 구축
취재원 구성에 있어 정치권 중심의 편중을 개선하고, 소수자 당사자와 인권 전문가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이 균형 있게 전달될 때,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5. 맺으며: 8년의 침묵과 지체는 이제 끝내야 한다
2018년부터 2025년까지 8년간의 부산 지역언론 보도를 반추해 본 결과, 지역언론은 '혐오의 방조자'와 '평등의 기록자' 사이에서 기울어진 싸움을 이어온 듯했다. 일부 매체의 심층 기획은 시민들의 인식을 확장하는 마중물이 되었으나, 여전히 많은 보도가 '갈등'과 '정치'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입법의 시급성을 외면해 온 것이다.
언론이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발언을 그대로 받아쓰는 동안, 누군가의 존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유예되고 있다. 언론의 역할은 합의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공론장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이 보고서가 부산 지역언론인들에게는 스스로의 펜 끝을 돌아보는 거울이 되고, 시민들에게는 평등한 세상을 향한 흔들리지 않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지역언론이 인권의 보루로서 제 역할을 다할 때, 부산은 진정한 의미의 '민주적 공동체'로 거듭날 것이다.
<끝> |